연기자들,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 파문 / 얼마나 답답했으면...


미지급 출연료 지급 등을 요구하며 KBS를 상대로 촬영거부 투쟁을 벌이던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위원장 한영수)가 5000여 명을 대리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해 파문을 낳고 있다.

연기자들이 내부 표결절차를 거쳐 조직적으로 대선기간 중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한 것은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연기자노조는 문 후보 당선을 위해 도울 것이며 당선 뒤엔 대중문화정책 마련을 위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참석할 의사가 있다고도 밝혔다.

연기자노조는 14일 오전 11시부터 2시간 여 동안 서울 여의도 충무빌딩 연기자노조 사무실에서 긴급대의원대회를 열어 전체 대의원 55명 가운데 43명이 표결에 참여해 70% 이상이 문재인 후보에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표의 수는 밝히지 않았다.

연기자노조 대의원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 캠프에서 보내온 대중문화예술 분야 정책 공약에 대해 이날 표결에 앞서 면밀히 검토한 뒤 비밀 무기명 투표로 지지후보를 최종 결정했다고 한영수 연기자노조 위원장이 밝혔다.

 

  


 
한영수 한국방송연기자노조 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충무빌딩 노조 대회의실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을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 위원장은 “전체 대의원들이 각자 개인 지지후보 성향 여부와 무관하게 문화예술인 전체의 발전을 위해 대승적으로 지지후보를 결정하게 됐다”며 “우리는 18대 대선 후보로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대의원들이 문 후보 지지를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를 두고 그동안 이들이 위협 받아온 근로자성을 확실히 인정받을 수 있는 ‘특수고용직 근로자로서 법제화’ 약속과 사회적 안전망 확보를 위한 ‘4대 보험 적용’, 대중문화예술인 임명자료 및 콘텐츠 보존 등 대중문화정책 구축을 위한 ‘연구원’을 정부산하기관으로 설치 등을 들었다. 또한 민주당이 외주제작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고, 방송발전기금을 예술인에게도 사용하겠다고 하는 등 8개항의 정책을 제출한 것을 두고 한 위원장은 “대중문화예술인 염원에 부응해줬다”며 “앞으로 문재인 후보를 도와 새 정부 출범을 하는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출연료 미지급 문제와 방송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투쟁에도 현 정부 아래에서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개탄했다.

이와 함께 한 위원장은 연기자노조의 문재인 지지 선언과 무관하게 대중문화예술인들의 다양한 정치참여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의 하나이므로 이를 이유로 불이익 주지 말 것과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소수자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포옹하라고 촉구했다.

문 후보를 도와 무슨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 문제갑 연기자노조 정책위의장은 “우리가 현장에 가 있을 수도 있으나 이와는 별개로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양하게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라며 “조직적인 차원에서 문 후보 유세 현장에 나갈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지지 선언 이후 나머지 구체적 지지 활동을 어떻게 할지 준비하고 있다”며 “이 결정까지 하는데 너무나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송재호 최불암 강만희 김혜선 등 주요 연기자들이 박근혜 선거운동에 나서는등 연기자노조 결정과 배치되는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한영수 위원장은 “박근혜 지지 연예인은 개개인의 지지선언일 뿐, 이미 연기자노조의 대선후보 지지 계획은 KBS 촬영거부 투쟁 돌입을 할 때부터 있었던 일”이라며 “그동안 소외됐던 부분에 대해 관심만 있었을 뿐 해결책은 없었는데, 이번에 사회보호망을 찾자는 것이 가장 큰 지지후보 결정의 이유”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