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첫 양자토론을 벌인 박근혜·문재인 대선후보의 3차 TV토론은 구체성과 모호함의 싸움이었다. 문 후보는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를 들며 공격했으나 박 후보는 명확한 답변보다 애매모호한 답변을 반복했다. 

특히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이날 오전 전격 사퇴하면서 1인당 발언 시간이 늘어나고, 각 주제별 6분씩 자유토론이 추가되자 토론에 미숙한 박 후보가 불리했다.
 
박후보는 초반에 문 후보의 말을 자구 끊는 등 공격적인 태도와 발언으로 시간을 너무 많이 사용해, 사회자로부터 주의를 듣기도 했다. 앞서 두 번의 TV토론에서 존재감이 부족했던 문 후보는 이날 양자토론에서 전반적으로 공세적인 모습을 보였다. 
 
첫 토론주제였던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대책과 관련한 질문에서 문 후보와 박 후보는 예산 규모를 두고 충돌했다. 문 후보는 박 후보가 제시한 연간 1조5천억원의 4대 중증질환 재정으로는 암 질환 의료비밖에 충당하지 못한다고 지적했고, 박 후보는 정확한 수치를 통해 반박하지 못하고 "계산이 잘못된 것 같다"며 문재인후보에게 자료를 제출한 건강보험공단에게 잘못을 돌리는 발언으로 답변을 마무리했다.   
 
자유토론에 박 후보는 똑같은 말을 여러차례 반복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교육문제 토론에서 날카로운 질문 보다 "문 후보가 전교조와 유대를 강화하려는 것에 우려가 된다"는 취지의 말을 4차례 반복하며 같은 주제를 맴돌았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참여정부 때도 전교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나이스(NEIS)를 끝까지 도입하지 않았나"며 "옳은 주장은 받아들이고 옳지 않은 주장은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는 또한 "통합 통합을 말하시면서 이념 편가르기를 하느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스튜디오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열린 3차 TV토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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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여직원 비방 댓글' 의혹 사건도 거론됐다. 박 후보는 "(민주통합당이) 2박3일동안 (국정원) 여직원을 밖에 나오지 못하게 했다"며 "이 사태에서 발생한 여성 인권침해에 대해 한마디 말씀도 없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왜 박 후보가 피의자를 두둔하느냐"며 "수사에 개입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국정원 여직원이 경찰이 요구했는데도 문 걸어 잠그고 응하지 않았다. 그 사이 증거인멸 의혹도 받고 있다"면서 "수사하고 있는데 박 후보가 감금이다, 아무 증거없다고 말하면 수사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계속 반복해서 "여성을 감금했다"는 말을 반복했다.   
 
또 박 후보는 민주당이 SNS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며 공격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박 후보는 "민주당도 선거사무실로 등록도 되지 않은 곳에서 70명이나 되는 직원들이 활동했다는 것이 일부 TV에도 나오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지금 (박 후보가) 말한 등록 안 한 사무실은 민주당 중앙당사다. 그 안에 선대위 입주해있다. 확인해보기 바란다"고 짧게 답변했다. 문후보는 선관위가 적발해 검찰에 고발한 SNS 조작 불법선거사무실 운영 사건에 대해 "왜 말이 없느냐 인정하느냐"고 박후보를 압박했다. 박후보는 결국 "당주변에서 일어난 일로 참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반값 대학 등록금 등의 주제에서는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에 대한 책임론이 맞붙었다. 박 후보는 "참여정부에서 국공립대는 57.1% 사립대는 35.4%나 대학 등록금이 폭등했다"며 "문 후보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엄청난 고통을 준 데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여러번 사과했고 그에 대한 사과로 나온게 반값등록금"이라며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반값등록금 해달라는 (민주통합당과 학생들의) 많은 요구들을 묵살하지 않았나"라며 현 정부와 박 후보를 공동 비판했다. 문 후보는 특히 등록금 폭등의 원인을 사학의 횡포로 지목하며 박후보가 사학법 반대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박후보가 영남대 이사들을 추천하지 않았느냐"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동창, 학교에서 이사를 추천해 달라기에 학교발전을 위해 좋은 단체에다 추천을 해달라고 했다"며 추천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교육주제 토론에서도 과학기술부를 폐지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로 인해 박 후보가 공격을 당하는 입장이었다. 문 후보는 "과학기술 인력이 우리나라 세계적 경쟁력을 세워주는 유일한 길"이라며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오랜 성과를 다 까먹었다. 그 때 박후보는 무엇을 했나"라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그래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거 아닌가"라고 대답했다. 
 
맺은말에서 박 후보는 시대교체를, 문 후보는 정권교체를 강조했다. 박 후보는 "서민 대통령, 경제 대통령을 뽑아봤지만 민생의 어려움은 풀리지 않았다"며 "정권교체를 넘은 시대교체를 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지난 5년 국정을 맡아온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 정권이 잘했다고 생각하시면 계속 할 수 있게 지지하시고 잘못했다고 생각하시면 바꿔달라"면서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