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원장 원세훈)이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대통령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심리정보단을 심리정보국으로 확대 개편해 인터넷 댓글 공작을 벌여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20여 년 경력의 전직 국정원 직원 A씨는 "지난해 연말쯤에 심리정보단을 심리정보국으로 확대 개편했는데 이것은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곳에서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인) 아고라에 가서 댓글을 다는 일들을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처음에는 이명박 대통령 치적 홍보에 매달리다가 나중에는 민주통합당 등 야당 인사들에게 종북 이미지를 덧씌우는 작업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은 국정원법 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내정치 관여 금지'를 위배한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4일 오후 1시 서울 모처에서 A씨를 만나 약 3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4대강 등 대통령 치적 홍보를 왜 정보기관에서 하나?"
어렵게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기로 결심한 A씨는 "인터넷 댓글 공작과 관련한 얘기는 국정원 내부직원들 사이에 상당히 퍼져 있고 퇴직 직원들에게도 알려져 있다"며 "'100 대 1 경쟁률을 뚫고 들어와서 겨우 댓글을 단다'며 자존심 상해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민주통합당에 관련 내용을 제보한 것도 현직 국정원 직원으로 알려져 있다.
A씨에 따르면, 인터넷 댓글 공작은 대북심리전을 맡고 있는 국정원 3차장 산하의 '심리정보국 2단'에서 진행해왔다. 지난해 연말 심리정보단을 심리정보국으로 조직을 확대 개편했고, 심리정보국 산하 '2단'에서 안보1·2·3팀을 두고 인터넷 댓글 공작을 벌여왔다는 것이다. 심리정보국은 전북 지부장을 지낸 민아무개 국장이 이끌고 있다. 민 국장은 이명박 정부의 첫 국정원장인 김성호 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댓글 공작'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아무개(28)씨는 이렇게 확대 개편된 심리정보국 소속 직원이다. 하지만 국정원은 심리정보단이 심리정보국으로 확대 개편된 사실을 숨기려 하고 있다. 원세훈 원장이 지난 13일 열린 국회 정보위에 참석해 김씨가 '3차장 산하 심리전단 소속 요원'이라고 답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A씨는 "국정원은 사건이 터지자 김씨가 심리전단 소속이라고 얘기하는데 이것은 심리정보단을 심리정보국으로 확대 개편했다는 사실 자체를 축소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김씨는 심리정보국 산하 2단 소속이다"라고 지적했다.
심리정보국 산하 2단에서는 7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이 확대 개편된 이후 이들에게 부여된 임무는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대통령 치적을 홍보하는 일이었다. A씨는 "정권 하반기가 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아고라에 들어가서 댓글을 다는 일들을 했다"고 전했다.
"지난 달에도 주말을 이용해 직원들을 아라뱃길에 데려가 뱃놀이를 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이렇게 체험시키는 것이다. 이런 데 (국정원) 예산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다."
A씨는 "심리전은 북한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에 '대북심리전단'이라고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다"며 "그런데 심리전 대상을 국내(정치)로 하게 되면 결국 국민에게 총질하는 셈이다"라고 꼬집었다.
"4대강 사업이 잘됐다는 것은 국토해양부에서 홍보하면 되지 왜 정보기관에서 해야 하나?"
"야당과 야당 인사 종북 이미지 덧씌우기 작업 벌여"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대통령 치적 홍보'에 그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A씨는 "처음에는 이명박 대통령 치적 홍보에 매달리다가 나중에는 민주통합당 등 야당 인사에게 종북 이미지를 덧씌우는 쪽으로 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당이나 야당 인사의 정치현안과 관련해 특정진영의 논리에 입각해서 인터넷 댓글을 단다"며 "매일 위에서 지시문을 받아서 이런 작업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댓글 공작 의혹을 받고 있는 김씨가 매일 오전에 국정원에 들어갔다가 오후에 나온 이유도 1일 작업 내용이 적힌 '지시문'을 받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대통령 치적만 홍보할 수는 없으니까 야당과 야당 인사들에게 종북 이미지를 덧씌우는 일까지 수행하게 됐다"며 "이는 종북세력 척결이라는 미명 아래 행해진 것들이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치적을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야당과 야당 인사들의 안보관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댓글을 달아왔다는 것이다.
A씨는 "국정원은 120여 석을 가진 민주통합당을 종북세력으로 이미지화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것이 심리정보국 2단 안보팀의 혁혁한 성과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또한 A씨는 "지난 연말에 심리정보단을 심리정보국으로 확대한 데 이어 지난 8월께에는 수사경력자들을 수사국으로 다시 불러들였다"며 "이렇게 수사국을 확대시킨 명분은 종북세력과 전쟁을 하자는 거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렇게 허약하지 않다. 우리 사회가 이념적으로 좌파에 경도돼 있는 것도 아니고, 국정원이 나서서 종북 좌파세력들을 척결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대공수사역량을 확대하는 것이야 좋지만 이런 식으로 종북 좌파세력 척결이라는 미명 아래 신공안정국을 조성하는 것은 문제다."
특히 A씨는 인터넷 댓글 공작이 선거시기와도 맞물려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부서를 확대 개편한 목적이 선거에 있다고 본다면 그 최종목적은 대선일 것이다"라며 "그런 점에서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4월 총선 전부터 인터넷 댓글 공작과 관련된 얘기가 나온 것을 보면 총선 때도 이런 작업을 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역삼동 오피스텔이 아지트여도 거주지여도 문제"
국정원은 보안문제를 이유로 직원들이 스마트폰을 휴대하는 것을 금지해왔다. 하지만 인터넷 댓글 공작을 벌이는 심리정보국 2단 소속 직원들에게는 노트북과 함께 스마트폰이 지급됐다.
A씨는 "국정원이나 보안사 등에 소속된 직원들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휴대하거나 기관으로 반입할 수도 없다"며 "하지만 심리정보국 2단 소속 직원 70여 명에게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이 다 지급됐다"고 말했다. 그는 "하위직 인사까지 챙겨 별명이 '원주사'인 원세훈 원장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지급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을 지급함으로써) 보안의 사각지대가 생긴 셈이다. 이렇게 보안의 사각지대를 감수하고 스마트폰 등을 지급할 이유가 있었지 않았겠나. 그런데 (역삼동 오피스텔) 김씨는 경찰에 노트북만 제출하고 스마트폰은 제출하지 않았다."
인터넷 댓글 공작 의혹을 받고 있는 김씨는 역삼동 오피스텔이 2년 전부터 거주해온 '거주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이 입수한 오피스텔 CCTV에 따르면, 김씨는 오전 10시~10시 30분에 나가 오후 2시쯤에 오피스텔로 다시 들어왔다. '재택근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근무형태다.
A씨는 "원래 내부에서는 'IP가 추적되니까 집에서 작업하지 마라'고 지시했지만 일부 직원들이 집에 가서 작업을 했다고 한다"며 "국정원에서는 이것을 '탄력적 근무'라고 했는데 국정원에 이런 근무형태는 없다"고 말했다.
"예전에 한 여직원이 근무시간에 가사를 돌보다가 감찰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런 일이 있어서 직원들은 근무시간에 집에 가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그런데 김씨처럼 계속 집에 가서 근무한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근무다."
A씨는 "김씨의 오피스텔이 인터넷 댓글 공작을 위한 아지트라고 해도 문제이고, 본인의 거주지라고 해도 (재택근무를 했다는 점에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 댓글 공작 의혹이 터진 이후 국정원 내부에서 관련 직원들 대상으로 대대적인 입단속에 들어갔고, 차 트렁크를 뒤지는 등의 보안조사 과정에서 작업지시서가 몇 개 발견됐다고 한다"며 "직원이 일을 하면서 흔적을 남긴 것인데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넷 댓글 공작을 벌여온 심리정보국 2단 소속 직원들은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는 젊은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A씨는 "전산직 분야 직원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김씨도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며, 지난 2008년 국정원에 들어갔다.
A씨는 "이들은 다른 사람 아이디를 도용해 주로 강남이나 분당, 미사리 등지의 한적한 카페에서 작업한다"며 "국정원 주변에서 작업하면 IP가 국정원으로 뜨기 때문에 그 경계를 벗어나서 작업한다"고 전했다. 그는 "특정 아이템을 가지고 작업하는 데는 2~3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지휘부가 정권안보와 국가안보를 구별하지 못해"
그런데 인터넷 댓글 공작에 불만을 드러내는 직원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 A씨의 전언이다. 그는 "'우리가 댓글이나 달고 있어야 하냐?'며 창피해하거나 '나중에 다 드러날 텐데 조사받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A씨는 "국정원이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를 하지 않고 (인터넷 댓글 달기 등의) 유혹에 빠지면 국내정치에 관여하게 된다"며 "정권안보와 국가안보를 구별하지 못하는 지휘부 때문에 애꿎은 직원들만 손해본다"고 꼬집었다.
"군사정권이 끝나면서 우리는 국정원을 정권보위기관이 아니라 국가보위기관이라고 정의해왔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정원은 정권안보가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해 일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국내정치에 휘말려서도 안되고, 그런 의혹을 살 만한 일들 해서도 안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이 심화됐다. 그런(국내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살 만한 행위를 했다. 게다가 직원들의 사기까지 저하시켜가며 일을 했다."
끝으로 A씨는 "분단된 한국에서는 대북문제가 외교의 시작이고, 국가정보기관이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라며 "국정원의 위상을 제대로 세우는 데 제 인터뷰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인터넷 댓글 공작'의혹이 제기된 이후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전혀 사실무근"이며 "이번 대선 관련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일체의 정치적 활동은 한 적이 없다"며 부인해왔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대해 "아무런 근거 없이 정치적 목적으로 국정원을 끌어들여 중상모략, 마타도어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20여 년 경력의 전직 국정원 직원 A씨는 "지난해 연말쯤에 심리정보단을 심리정보국으로 확대 개편했는데 이것은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곳에서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인) 아고라에 가서 댓글을 다는 일들을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처음에는 이명박 대통령 치적 홍보에 매달리다가 나중에는 민주통합당 등 야당 인사들에게 종북 이미지를 덧씌우는 작업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은 국정원법 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내정치 관여 금지'를 위배한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4일 오후 1시 서울 모처에서 A씨를 만나 약 3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4대강 등 대통령 치적 홍보를 왜 정보기관에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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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정보원과 이명박 대통령 | |
ⓒ 오마이뉴스 |
어렵게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기로 결심한 A씨는 "인터넷 댓글 공작과 관련한 얘기는 국정원 내부직원들 사이에 상당히 퍼져 있고 퇴직 직원들에게도 알려져 있다"며 "'100 대 1 경쟁률을 뚫고 들어와서 겨우 댓글을 단다'며 자존심 상해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민주통합당에 관련 내용을 제보한 것도 현직 국정원 직원으로 알려져 있다.
A씨에 따르면, 인터넷 댓글 공작은 대북심리전을 맡고 있는 국정원 3차장 산하의 '심리정보국 2단'에서 진행해왔다. 지난해 연말 심리정보단을 심리정보국으로 조직을 확대 개편했고, 심리정보국 산하 '2단'에서 안보1·2·3팀을 두고 인터넷 댓글 공작을 벌여왔다는 것이다. 심리정보국은 전북 지부장을 지낸 민아무개 국장이 이끌고 있다. 민 국장은 이명박 정부의 첫 국정원장인 김성호 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댓글 공작'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아무개(28)씨는 이렇게 확대 개편된 심리정보국 소속 직원이다. 하지만 국정원은 심리정보단이 심리정보국으로 확대 개편된 사실을 숨기려 하고 있다. 원세훈 원장이 지난 13일 열린 국회 정보위에 참석해 김씨가 '3차장 산하 심리전단 소속 요원'이라고 답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A씨는 "국정원은 사건이 터지자 김씨가 심리전단 소속이라고 얘기하는데 이것은 심리정보단을 심리정보국으로 확대 개편했다는 사실 자체를 축소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김씨는 심리정보국 산하 2단 소속이다"라고 지적했다.
심리정보국 산하 2단에서는 7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이 확대 개편된 이후 이들에게 부여된 임무는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대통령 치적을 홍보하는 일이었다. A씨는 "정권 하반기가 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아고라에 들어가서 댓글을 다는 일들을 했다"고 전했다.
"지난 달에도 주말을 이용해 직원들을 아라뱃길에 데려가 뱃놀이를 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이렇게 체험시키는 것이다. 이런 데 (국정원) 예산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다."
A씨는 "심리전은 북한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에 '대북심리전단'이라고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다"며 "그런데 심리전 대상을 국내(정치)로 하게 되면 결국 국민에게 총질하는 셈이다"라고 꼬집었다.
"4대강 사업이 잘됐다는 것은 국토해양부에서 홍보하면 되지 왜 정보기관에서 해야 하나?"
"야당과 야당 인사 종북 이미지 덧씌우기 작업 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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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대통령 치적 홍보'에 그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 |
ⓒ sxc |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대통령 치적 홍보'에 그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A씨는 "처음에는 이명박 대통령 치적 홍보에 매달리다가 나중에는 민주통합당 등 야당 인사에게 종북 이미지를 덧씌우는 쪽으로 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당이나 야당 인사의 정치현안과 관련해 특정진영의 논리에 입각해서 인터넷 댓글을 단다"며 "매일 위에서 지시문을 받아서 이런 작업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댓글 공작 의혹을 받고 있는 김씨가 매일 오전에 국정원에 들어갔다가 오후에 나온 이유도 1일 작업 내용이 적힌 '지시문'을 받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대통령 치적만 홍보할 수는 없으니까 야당과 야당 인사들에게 종북 이미지를 덧씌우는 일까지 수행하게 됐다"며 "이는 종북세력 척결이라는 미명 아래 행해진 것들이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치적을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야당과 야당 인사들의 안보관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댓글을 달아왔다는 것이다.
A씨는 "국정원은 120여 석을 가진 민주통합당을 종북세력으로 이미지화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것이 심리정보국 2단 안보팀의 혁혁한 성과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또한 A씨는 "지난 연말에 심리정보단을 심리정보국으로 확대한 데 이어 지난 8월께에는 수사경력자들을 수사국으로 다시 불러들였다"며 "이렇게 수사국을 확대시킨 명분은 종북세력과 전쟁을 하자는 거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렇게 허약하지 않다. 우리 사회가 이념적으로 좌파에 경도돼 있는 것도 아니고, 국정원이 나서서 종북 좌파세력들을 척결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대공수사역량을 확대하는 것이야 좋지만 이런 식으로 종북 좌파세력 척결이라는 미명 아래 신공안정국을 조성하는 것은 문제다."
특히 A씨는 인터넷 댓글 공작이 선거시기와도 맞물려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부서를 확대 개편한 목적이 선거에 있다고 본다면 그 최종목적은 대선일 것이다"라며 "그런 점에서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4월 총선 전부터 인터넷 댓글 공작과 관련된 얘기가 나온 것을 보면 총선 때도 이런 작업을 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역삼동 오피스텔이 아지트여도 거주지여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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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역삼동 오피스텔 현장. 경찰관이 벨을 누르며 문을 열어 협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 |
ⓒ 권우성 |
국정원은 보안문제를 이유로 직원들이 스마트폰을 휴대하는 것을 금지해왔다. 하지만 인터넷 댓글 공작을 벌이는 심리정보국 2단 소속 직원들에게는 노트북과 함께 스마트폰이 지급됐다.
A씨는 "국정원이나 보안사 등에 소속된 직원들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휴대하거나 기관으로 반입할 수도 없다"며 "하지만 심리정보국 2단 소속 직원 70여 명에게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이 다 지급됐다"고 말했다. 그는 "하위직 인사까지 챙겨 별명이 '원주사'인 원세훈 원장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지급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을 지급함으로써) 보안의 사각지대가 생긴 셈이다. 이렇게 보안의 사각지대를 감수하고 스마트폰 등을 지급할 이유가 있었지 않았겠나. 그런데 (역삼동 오피스텔) 김씨는 경찰에 노트북만 제출하고 스마트폰은 제출하지 않았다."
인터넷 댓글 공작 의혹을 받고 있는 김씨는 역삼동 오피스텔이 2년 전부터 거주해온 '거주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이 입수한 오피스텔 CCTV에 따르면, 김씨는 오전 10시~10시 30분에 나가 오후 2시쯤에 오피스텔로 다시 들어왔다. '재택근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근무형태다.
A씨는 "원래 내부에서는 'IP가 추적되니까 집에서 작업하지 마라'고 지시했지만 일부 직원들이 집에 가서 작업을 했다고 한다"며 "국정원에서는 이것을 '탄력적 근무'라고 했는데 국정원에 이런 근무형태는 없다"고 말했다.
"예전에 한 여직원이 근무시간에 가사를 돌보다가 감찰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런 일이 있어서 직원들은 근무시간에 집에 가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그런데 김씨처럼 계속 집에 가서 근무한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근무다."
A씨는 "김씨의 오피스텔이 인터넷 댓글 공작을 위한 아지트라고 해도 문제이고, 본인의 거주지라고 해도 (재택근무를 했다는 점에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 댓글 공작 의혹이 터진 이후 국정원 내부에서 관련 직원들 대상으로 대대적인 입단속에 들어갔고, 차 트렁크를 뒤지는 등의 보안조사 과정에서 작업지시서가 몇 개 발견됐다고 한다"며 "직원이 일을 하면서 흔적을 남긴 것인데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넷 댓글 공작을 벌여온 심리정보국 2단 소속 직원들은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는 젊은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A씨는 "전산직 분야 직원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김씨도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며, 지난 2008년 국정원에 들어갔다.
A씨는 "이들은 다른 사람 아이디를 도용해 주로 강남이나 분당, 미사리 등지의 한적한 카페에서 작업한다"며 "국정원 주변에서 작업하면 IP가 국정원으로 뜨기 때문에 그 경계를 벗어나서 작업한다"고 전했다. 그는 "특정 아이템을 가지고 작업하는 데는 2~3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지휘부가 정권안보와 국가안보를 구별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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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홍보브로셔에 나온 전경 | |
ⓒ 국정원 |
그런데 인터넷 댓글 공작에 불만을 드러내는 직원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 A씨의 전언이다. 그는 "'우리가 댓글이나 달고 있어야 하냐?'며 창피해하거나 '나중에 다 드러날 텐데 조사받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A씨는 "국정원이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를 하지 않고 (인터넷 댓글 달기 등의) 유혹에 빠지면 국내정치에 관여하게 된다"며 "정권안보와 국가안보를 구별하지 못하는 지휘부 때문에 애꿎은 직원들만 손해본다"고 꼬집었다.
"군사정권이 끝나면서 우리는 국정원을 정권보위기관이 아니라 국가보위기관이라고 정의해왔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정원은 정권안보가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해 일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국내정치에 휘말려서도 안되고, 그런 의혹을 살 만한 일들 해서도 안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이 심화됐다. 그런(국내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살 만한 행위를 했다. 게다가 직원들의 사기까지 저하시켜가며 일을 했다."
끝으로 A씨는 "분단된 한국에서는 대북문제가 외교의 시작이고, 국가정보기관이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라며 "국정원의 위상을 제대로 세우는 데 제 인터뷰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인터넷 댓글 공작'의혹이 제기된 이후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전혀 사실무근"이며 "이번 대선 관련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일체의 정치적 활동은 한 적이 없다"며 부인해왔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대해 "아무런 근거 없이 정치적 목적으로 국정원을 끌어들여 중상모략, 마타도어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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