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가 , 박원순,을 만나 웃음 지은 이유는?
인터뷰를 통해 알아본다.
박근혜가 박원순을 만나 웃음 지은 이유는?
[열린인터뷰] 서울시민, 박원순 시장에게 묻는다 ①
기사입력 2013-02-04 오전 7:56:35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와 <프레시안> 자발적 유료회원인 '프레시앙'과 독자들이 "돈독이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을 인터뷰했다. 지난달 31일 저녁 7시 30분, 마포구 합정역 근처 '후마니타스 책다방'에서 열린 '본격 박원순 인터뷰'를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박 시장의 '꼼꼼함' 덕에 전할 말들이 많기 때문이다.(☞박원순 서울시장 열린인터뷰 동영상 보러가기)
박근혜 당선인은 왜 박원순 시장에게 '웃음'을 보였을까, 박원순 시장의 꿈은 왜 '보도블록 시장'일까. 박원순 시장은 왜 "돈독"이 올랐을까. 박원순 시장은 '종북'의 뜻을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일까.
박원순 시장의 입을 통해 넘치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질 때마다 인터뷰를 지켜보던 서울시 공무원들은 왜 "시장님 또 깔대기(자기 자랑) 나왔다"고 웃음 지었는지 '열린인터뷰'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두 번의 재수, 서울대학교에서의 재적, 사법고시 합격, 검사,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 1세대에서 서울특별시장까지, 서울시민들이 박원순을 파헤쳤다. 1편은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과의 인터뷰, 2편은 서울시민들과의 인터뷰를 싣는다.(편집자주)
'박원순 수첩' 속에는 1000개의 메모가 있다
박인규 : 지난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1년 3개월 5일이 지났다. 시장 되신 후에 별명이 생겼다고 한다. '꼼꼼원순', 그리고 '원또'라는 별명도 있더라. '원또'는 '박원순이 또 했어?'라는 뜻이라고 한다. 서울시민과 함께하는 이번 인터뷰가 이른바 '중간 결산' 자리가 될 수도 있는데, 먼저 질문을 오늘(1월31일)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자리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만난 얘기부터 시작해보자.
박원순 : 당선된 이후에 처음 뵀다. 전국의 시도지사들이 모여 지방 자치 지방 분권에 대한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전반적으로 우리가 함께 하는 보편적 주장들, 지방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그런 말씀을 드렸다. 제가 일을 해보니까 현장에 가까이 있는 지방 정부가 가장 일을 잘 할 수 있다. 중앙정부가 권한을 갖고 있을 게 아니라, 일선 현장의 지자체장에게 권한을 양해 해주면 좋지 않을까. (박근혜 당선인이) 생각보다는 굉장히 이 문제에 관해 이해가 높으시다는, 그런 기대를 하게끔 하더라. 일은 현장에 있는 지방 정부가 하고, 보편적 복지, 보육이나, 도시 서민들을 위한 복지는 중앙정부가 책임져 주는 게 맞지 않나.
박인규 : 따로 만나지는 않나?
박원순 : 제가 별도로 좀 만나주십쇼, 저희가 할 얘기가 너무 많습니다 했는데, 뭐, 웃으셨으니까 승낙한 거겠죠?
박인규 : 박원순 시장은 검사도 했고, 인권 변호사도 했다. 이후 시민 운동에 뛰어들어 참여연대,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 등 정치 외적인 영역에서 시민운동가로 일을 했는데, 시민운동가로 일할 때와 서울시장으로 일할 때, 다르던가?
박원순 : 많이 다르다. 시민운동 할 때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타나면 간사들에게 '이것 한 번 해보자' 하는데, 석달, 일년을 해도 잘 안해요.(웃음) 그런데 서울시에서는 제가 지나가는 말로 한 건데, 보고서가 올라와요. 그래서 제가 말을 조심하게 돼요. 시장의 발언을 지시사항으로 잘 관련하는 게 좋죠. 서울시 예산이 20조 쯤 되고, 공무원들이 4만 7000명 되니까 이 거대한 조직을 갖고, 제가 시민단체 하면서 꿈은 꿨는데 제대로 이루지 못한 것들, 이 시기에 이루지 못하면 안되잖아요. 아까 '원또'라고 했는데 일을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원또'라고 하면 안되죠.(웃음) 전임 시장들이 남겨준 유산이 많았지 않나. 그것 정리하느라고 많이 힘들었고, 이제는 '원순표' 정책을 펼치도록 노력하겠다,
박인규 : 많은 분들의 선입견이 공무원 하면 '복지부동'이 생각나는데, 서울시 공무원은 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박원순 : 그럼요. 기본적으로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들어와서 보니까,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서울시 공무원들은 일을 잘 해내는 것 같다. 예전에 제가 희망제작소 할 때는 사무실에서 자는 게 다반사였다. 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제가 그 때 했던 것처럼 지금도 하면 서울시 공무원들 다 병원에 실려간다.(웃음) 그래서 일을 적당히 (공무원들에게) 드리려고 노력 많이 하고 있다. 공무원들과 앞으로 일을 오래 오래 해야 하지 않나. 제가 '희망일기'라고, 늘 수첩을 가지고 메모한 게 있다. 정리해보니까 1000개 정도 나오더라.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들 유산을 정리하려다 보니까…
박인규 : 아직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게 아닌 것 같다. 전임 시장의 '유산' 얘기를 했는데, 이를테면 '뉴타운 문제' 푸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
박원순 : 물론 어느 지역이 낡으면 새롭게 허물고 고쳐야 하지 않나. 그런데 뉴타운처럼 일거에 몇 천 세대, 몇 만 세대 씩 해서, 다 합치면 1000개 정도의 뉴타운이 진행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70~80%의 원주민들이 쫒겨나는 원주민 축출형의 도시 재개발은 아니더라. 이것 때문에 얼마나 갈등이 커졌나. 이것을 해결하는 과정이 1~2년만에 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하철 9호선 문제도 있다. '맥쿼리'가 관계돼 있는데, 이런 계약을 한꺼번에 풀 수 없지 않나. 노력해서 금년 상반기에 좀 풀어보려고 한다. 또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있는데, 1년 정도 전문가들과 토론해서 창조산업의 전진기지로 컨셉을 만들었다. 이게 완공되면 서울시가 1년에 200억 정도 지원을 해야 유지가 되더라. 지금 여러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200억 원을 한 푼도 안 주고도 독자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한다든지,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박인규 : 무상급식도 하고 있고,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도 했고, 서울시 산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일도 했다.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그 동안 한 일 중에서 가장 보람찬 일, 그리고 가장 어렵고 잘 안되는 일 한 가지씩만 얘기해달라.
박원순 : 방금 나열한 것은 큰 이슈들이었다. 특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처음에는 한 1000명 정도, 두 번째는 2000명 정도 했는데, 특히 1차 때 제가 공무원 신분증을 직접 달아줬을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라. 수습이 안 되지 않나.(웃음) 본인과 가족들의 기쁨이 제 것 같았다. 또 청소 아주머니들 정규직으로 해드리면서 (정년을) 65세까지, 급여도 130만 원 까지 올렸다. 성남시 등 다른 지자체로 확대되고 있다. 이것이 사회의 큰 아젠다로 떠오른 게 기쁘다. 아쉬운 점은 뉴타운, 그리고 100층짜리 건물 짓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신기루 같은 어마어마한 일들인데, 지금 주민들은 5년째, 6년째 재산권을 행사도 못하고 있다. 빨리 풀고 싶은데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많다. 아쉽고 죄송하고 저로서도 힘든 일이고 그렇다.
박인규 : 최근 김영호 전 유한대 총장과 인터뷰를 했는데, 서울시 자문회의를 갔다 온 얘기를 하면서 박 시장이 일자리 창출 문제로 고민이 많은 것 같다고 하더라.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박원순 : 보통 정치인들이나 시장들이 일자리를 얼마 창출하겠다, 얘기 많이 하지 않나. 서울시 공무원들에게는 일체 그런 형식적인 숫자에 연연하지 말라고 했다. '창출 했다'고 숫자를 내 놓았는데, 1년 만에 없어질 일자리라면 무슨 소용인가. 정말 좋은 일자리를 제대로 만드는 게 좋은 거다. 제대로 하자고 해서 작년에도 노력을 했는데 충분치는 않았다. 올해부터는 제대로 해보려고 한다. 서울시에서 정말 일 잘하는 분들을 일자리 정책관으로 모셨다. 상반기에는 '뉴딜 정책'처럼 획기적인 것을 해보려고 생각중이다. '세상을 바꾸는 1000개의 직업'이라는 책을 썼는데, 한 달만 있으면 또 다른 1000개의 직업을 만들 것이다.(웃음) 농담처럼 들리지만 발상의 전환을 하면 보이는 게 많다. 금년에 서울시가 6조 원을 복지에 쓴다. 예산 낭비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회적 일자리를 어마어마하게 낳는다. 분절적인 정책에서, 앞으로 생태계를 만들고 (정책들이) 연속되도록 해서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만들려고 고민하고 있다.
"지하철 기관사 자살, 굉장히 큰 책임감…이번에는 바뀌어야 한다"
박인규 : 복지 문제, 중요하다. 서울시 복지예산이 6조 원이라고 했는데, 박 시장이 생각하는 서울 시민에 대한 복지, 어디까지 가능할까?
박원순 : 6조, 그러면 굉장히 큰 돈 같잖아요. 그런데 저는 돈 때문에 가위 눌린다. 원하는 곳은 너무 많고 다 해결해야하는데 모자란 곳이 많다. 제가 완전 '돈독'이 올랐다. 세계대전 후에 영국에서 '비버리지 보고서'가 나왔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이 누려야할 최소한의 복지에 대한 선언이다. 이미 1940년대에 했던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 그런 게 없다. 우선 서울시부터 해보자고 생각해서 소득, 돌봄, 교육, 의료, 주거 다섯 개 분야에 걸쳐서 서울시민 복지 기준선을 만들었다. 서울시민이라면 이 정도는 최소한 누려야 한다. 그런데 예산이 많이 들어서 한꺼번에는 못 하고, 금년부터 조금씩 발표하려고 한다. 이미 장애인 관련 대책, 어르신 공공의료 정책, 기초 면역 관련 백신 무료화 등을 했다. 과거에는 예산 심의할 때 시장이 안 들어갔다고 하더라. 그런데 저는 제가 주재해서 4~5번 들어갔다. 그에 앞서 돈 없이도 잘하는 것, 그게 '사회 혁신'이다. 이번에 시행하는 서울시 야간 버스, 8개 노선인데 한 노선에 5~6대만 투입하면 된다. 버스 운전기사 분들만 몇 분 채용하면 된다. 제가 계속 강조하는 게 아이디어를 막 짜서 돈 별로 안들이고도 시민들을 행복하게 하자는 것이다.
박인규 : 서울시가 지방 정부에서는 제일 사정이 좋다고 하지만, 재정 문제가 걸린다. 지방 정부의 한계나 어려움이 없나.
박원순 : 너무 많다. 대통령 당선인 따로 뵙고 서울시 애로를 말씀드리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재정 측면에서 보더라도 서울시는 채무가 20조다. 하루밤 자고 나면 21억 원 이자가 나온다. 이렇게 악화돼 있다. 지금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일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8대 2 비중이다. 그런데 예산은 4대 6이다. 이 불균형을 깨야 한다. 지방정부는 정말 목이 조여 있다. 중앙정부가 성공하는 길이 뭐냐. 현장에 가까운 지방 정부에 권한과 예산을 많이 줘서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늘려주면 훨씬 성공적인 중앙정부가 될 수 있다. 중앙정부가 잘 되는 길이 바로 그것이다.
박인규 : 박근혜 당선자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한 가지 구체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기관사 한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프레시안>에서도 심층 기획을 했다. '1인 승무제'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시민들의 발이고, 안전과 연관된 것이다. 어떻게 보시나?
박원순 : 굉장히 큰 책임감 느낀다. 지난해 이재민 기관사가 공황장애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돌아가셨다. 빈소도 갔다 왔다. 기관사 뿐 아니라 서울시에 감정노동 하는 분들이 많다. 제가 덴마크에 갔었는데, 이런 시스템이 있더라. 한 사람이 취직을 하면 최적의 근무 조건과 관련해 컨설팅을 하더라. 이를테면 컴퓨터와 거리라든지 의자의 높이 등도 다 종합적으로 컨설팅을 한다. 서울시에서도 해보자고 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행복해야 시민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지 않나. 여러 곳에 최적근무환경연구소를 만들었다. 한림대학교 연구소에 맡겨서 전반적으로 분석을 해보니, 당장 치료받아야 할 서울시공무원들도 상당수 있더라. 여러 제도적 장치를 했는데, 특히 5, 6, 7, 8호선, 이번이 (기관사 자살) 두 번째 사고다. 제가 이번에는 도시철도공사 사장을 불렀다. 사장이 임기가 있기 때문에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고를 했다. 제가 굉장히 순해보이시죠? 화낼 때 보면 무서워요.(웃음) 아마 이번에는 바뀌어야 하고, 바뀌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 것도 안 한 시장이 되고 싶다"
박인규 : 보편적인 질문을 해보겠다. 서울시장을 맡으면서 '제가 시장을 하면 서울시를 이런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머릿속 청사진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박 시장이 생각하는 서울의 미래, 어떻게 꿈꾸고 있나. 이를테면 오세훈 전 시장은 '디자인 서울'을 캐치프레이즈로 했었다.
박원순 : 사실 저는 백두대간 걷다가 갑자기 보궐선거에 나왔다. 보통 정기적인 선거였다면 몇 달동안 인수위 과정이 있는데 당선되고 그 다음날 출근했다. 뭘 구상하고 할 시간은 없었다. 일부러 시장을 하려고 오래 준비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세월동안 전 세계를 다니면서 도시의 미래에 관한 생각들을 참 많이 했다. 도시의 미래라는 게 특별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진 보편적 미래가 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시청 공무원들에게 강의를 했는데, 강의 중에 나온 10개의 미래의 모습, 서울시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더라. 나는 '아무 것도 안 한 시장'이 되고 싶다. 서울시라는 광범위한 현안들 중에서 하나에 올인하면 하나는 성공시키겠죠. 그런데 나머지가 엉망이 될 수 있다. 시스템과 인프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나. 그래서 시민들의 집단 지성을 잘 모아내 채널을 만들어 서울시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러면 저절로 발전한다. 저에게 트위터 등으로 멘션을 보내면 서울시 공무원들이 다 본다. 그리고 답한다. 세계적으로 없는 시스템이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시민들을 위해 움직이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박인규 : '아무 것도 안 한 시장'이 되겠다고 했는데, 그래도 지금부터 서울시장으로 역점을 두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한 가지만 얘기해달라.
박원순 : 말씀 드렸듯 모든 것을 제대로 하고 싶다. 이 복잡하고 다양한 서울시정과 관련해 한 곳에 집중하면 시장 입장에서는 효과가 딱 나니까 좋다. 시민들에게 인상을 준다. 그러면 다음 선거에 도움이 된다. 나는 그런 것을 안해도 되니 모든 것을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서울시를 복지 도시, 그리고 삶의 질이 확보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협동조합 활성화라든지, 사회경제적 도시, 공정무역의 도시 등등을 선포했다. 지자체 최초로 인권위원회도 만들었다. 한편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품격 있는 도시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서울의 미래 인프라, 미래 산업을 만들어야 한다. 홍릉에 가면 70년대 경제를 이끈 브레인 집단이 있다. 지금은 노후화 됐짐나, 이 곳을 새로운 연구도시로 거듭나게 하려고 한다.
박인규 : 최근 <희망을 걷다>라는 책을 냈다.
박원순 : 백두대간을 걷다 보면 하루 쯤 산장에서 쉬게 된다. 쉴 때 여러 가지 메모를 하고, 생각을 정리해 썼다. 그것을 묶은 것이다.
박인규 : 저는 박원순 변호사, 시민운동가 박원순이, 재야에서 정파를 뛰어넘는 시민운동가로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출마를 했다. 출마를 위한 결심의 계기가 있었나?
박원순 : <희망을 걷다>라는 책을 보시면 된다.(웃음) <프레시안>에도 백두대간 걷기 프로그램이 있지 않나. 인생의 전환을 꿈꾸고 싶을 때, 저는 '백두 대간을 걸으십시오'라고 한다. 백두대간은 우리 민족의 길이다. 그 험난하고 그 기나긴 길을 걸으면서 자신의 각오를 슬라이드를 돌려보듯 보게 된다. 미래도 생각하게 된다. 새소리와 벌레 소리도 듣지만 또 시대의 소리, 역사의 소리를 듣게 된다. 제가 백두대간을 걷지 않고 서울에 있었으면 절대 서울시장 출마 안 했을 것이다.
"'신은 너무 높이, 황제는 너무 멀리' 격언 새겨야"
박인규 : 소통에 대해 여쭙고 싶다. 트위터 팔로어가 60만이 넘는다고 하고, 또 여러 모로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 소통을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박근혜 당선인도 그런 조짐이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박 시장이 생각하는 소통은 무엇이고, 또 어떻게 하면 소통을 잘 할 수 있는가.
박원순 : 인상적인 러시아 속담이 하나 있더라. '신은 너무 높이, 황제는 너무 멀리' 러시아 전제군주 시절,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 있는데 신은 너무 높이 있어서 우리 목소리를 못 듣고, 황제는 구중궁궐에 있어서 우리 소리를 못 듣는다는 것이다. 이른바 높은 자리로 가면 언로가 막히고 멀어지게 된다. 요즘처럼 문명이 발전한 상황 속에서도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도 글쎄요, 훨씬 더 실용적이고, 소통하는 정부를 만들 수 있었을텐데, 결국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본인이 무엇을 하는지, 잘하는지 못하는지 몰랐던 상태였지 않나. 이렇게 정부가 처참하게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 스스로 그렇게 되기를 원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잘하기를 원했는데도 그렇게 된 것은, 제가 말한 속담처럼 구중궁궐에 있기 때문이다. 저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있나. 저도 완벽하게 할 순 없지만, 이를테면 트위터라는 것은 누구라도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온갖 얘기를 다 듣죠. 저한테 원숭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웃음)
박인규 : 어떤 시스템 같은 게 있나?
박원순 : 서울시에는 '할말 있어요'라고 해서, 거기에서 10분 동안 말씀하시면 다 기록돼 담당 부서로 가고, 그게 영원히 기록된다. 또 정보소통센터가 있다. 서울시가 가진 모든 문서를 다 공개하고 있다. 우리한테 아무리 불리하고 잘못된 것이라고 해도 다 공개해라. 프라이버시 침해나 정책 형성 과정에서 투기를 유발한다거나 하는 것 빼고 다 공개해라. 저는 '쓴소리단'을 만들었다. '쓴소리단'은 저에게 찬양하는 소리 못한다. 소통의 여러 채널을 만들고 있다. <세종처럼> 이라는 책이 있다. 세종대왕이 많은 업적을 이룩했는데,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어전 회의를 운영하는 방식을 보면 된다. 옛날에 전제 군주 앞에서 누가 반대를 하나. 그런데 세종대왕의 회의에는 반대하는 사람이 자꾸 있다. 반대 하면 왜 반대할까. 반대자의 논리를 극복할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정책이 현실화되고 잘 되는 것이다. 감명을 받았는데,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세종처럼도 못한다면 문제가 많은 것 아닌가?
박인규 : 말씀을 듣다보니, 트위터에도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얘기들이 있는가보다.
박원순 : 많이 있어요. 저보고 종북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뭐예요?(웃음)
박인규 : 이제부터 서울시민들이 본격적으로 박원순 시장을 인터뷰하는 시간을 갖겠다. (2편에서 계속)
박근혜 당선인은 왜 박원순 시장에게 '웃음'을 보였을까, 박원순 시장의 꿈은 왜 '보도블록 시장'일까. 박원순 시장은 왜 "돈독"이 올랐을까. 박원순 시장은 '종북'의 뜻을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일까.
박원순 시장의 입을 통해 넘치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질 때마다 인터뷰를 지켜보던 서울시 공무원들은 왜 "시장님 또 깔대기(자기 자랑) 나왔다"고 웃음 지었는지 '열린인터뷰'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두 번의 재수, 서울대학교에서의 재적, 사법고시 합격, 검사,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 1세대에서 서울특별시장까지, 서울시민들이 박원순을 파헤쳤다. 1편은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과의 인터뷰, 2편은 서울시민들과의 인터뷰를 싣는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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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과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
'박원순 수첩' 속에는 1000개의 메모가 있다
박인규 : 지난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1년 3개월 5일이 지났다. 시장 되신 후에 별명이 생겼다고 한다. '꼼꼼원순', 그리고 '원또'라는 별명도 있더라. '원또'는 '박원순이 또 했어?'라는 뜻이라고 한다. 서울시민과 함께하는 이번 인터뷰가 이른바 '중간 결산' 자리가 될 수도 있는데, 먼저 질문을 오늘(1월31일)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자리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만난 얘기부터 시작해보자.
박원순 : 당선된 이후에 처음 뵀다. 전국의 시도지사들이 모여 지방 자치 지방 분권에 대한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전반적으로 우리가 함께 하는 보편적 주장들, 지방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그런 말씀을 드렸다. 제가 일을 해보니까 현장에 가까이 있는 지방 정부가 가장 일을 잘 할 수 있다. 중앙정부가 권한을 갖고 있을 게 아니라, 일선 현장의 지자체장에게 권한을 양해 해주면 좋지 않을까. (박근혜 당선인이) 생각보다는 굉장히 이 문제에 관해 이해가 높으시다는, 그런 기대를 하게끔 하더라. 일은 현장에 있는 지방 정부가 하고, 보편적 복지, 보육이나, 도시 서민들을 위한 복지는 중앙정부가 책임져 주는 게 맞지 않나.
박인규 : 따로 만나지는 않나?
박원순 : 제가 별도로 좀 만나주십쇼, 저희가 할 얘기가 너무 많습니다 했는데, 뭐, 웃으셨으니까 승낙한 거겠죠?
박인규 : 박원순 시장은 검사도 했고, 인권 변호사도 했다. 이후 시민 운동에 뛰어들어 참여연대,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 등 정치 외적인 영역에서 시민운동가로 일을 했는데, 시민운동가로 일할 때와 서울시장으로 일할 때, 다르던가?
박원순 : 많이 다르다. 시민운동 할 때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타나면 간사들에게 '이것 한 번 해보자' 하는데, 석달, 일년을 해도 잘 안해요.(웃음) 그런데 서울시에서는 제가 지나가는 말로 한 건데, 보고서가 올라와요. 그래서 제가 말을 조심하게 돼요. 시장의 발언을 지시사항으로 잘 관련하는 게 좋죠. 서울시 예산이 20조 쯤 되고, 공무원들이 4만 7000명 되니까 이 거대한 조직을 갖고, 제가 시민단체 하면서 꿈은 꿨는데 제대로 이루지 못한 것들, 이 시기에 이루지 못하면 안되잖아요. 아까 '원또'라고 했는데 일을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원또'라고 하면 안되죠.(웃음) 전임 시장들이 남겨준 유산이 많았지 않나. 그것 정리하느라고 많이 힘들었고, 이제는 '원순표' 정책을 펼치도록 노력하겠다,
박인규 : 많은 분들의 선입견이 공무원 하면 '복지부동'이 생각나는데, 서울시 공무원은 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박원순 : 그럼요. 기본적으로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들어와서 보니까,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서울시 공무원들은 일을 잘 해내는 것 같다. 예전에 제가 희망제작소 할 때는 사무실에서 자는 게 다반사였다. 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제가 그 때 했던 것처럼 지금도 하면 서울시 공무원들 다 병원에 실려간다.(웃음) 그래서 일을 적당히 (공무원들에게) 드리려고 노력 많이 하고 있다. 공무원들과 앞으로 일을 오래 오래 해야 하지 않나. 제가 '희망일기'라고, 늘 수첩을 가지고 메모한 게 있다. 정리해보니까 1000개 정도 나오더라.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들 유산을 정리하려다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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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그 때 했던 것처럼 지금도 하면 서울시 공무원들 다 병원에 실려간다.(웃음) 그래서 일을 적당히 (공무원들에게) 드리려고 노력 많이 하고 있다. 공무원들과 앞으로 일을 오래 오래 해야 하지 않나." ⓒ프레시안(최형락) |
박원순 : 물론 어느 지역이 낡으면 새롭게 허물고 고쳐야 하지 않나. 그런데 뉴타운처럼 일거에 몇 천 세대, 몇 만 세대 씩 해서, 다 합치면 1000개 정도의 뉴타운이 진행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70~80%의 원주민들이 쫒겨나는 원주민 축출형의 도시 재개발은 아니더라. 이것 때문에 얼마나 갈등이 커졌나. 이것을 해결하는 과정이 1~2년만에 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하철 9호선 문제도 있다. '맥쿼리'가 관계돼 있는데, 이런 계약을 한꺼번에 풀 수 없지 않나. 노력해서 금년 상반기에 좀 풀어보려고 한다. 또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있는데, 1년 정도 전문가들과 토론해서 창조산업의 전진기지로 컨셉을 만들었다. 이게 완공되면 서울시가 1년에 200억 정도 지원을 해야 유지가 되더라. 지금 여러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200억 원을 한 푼도 안 주고도 독자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한다든지,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박인규 : 무상급식도 하고 있고,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도 했고, 서울시 산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일도 했다.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그 동안 한 일 중에서 가장 보람찬 일, 그리고 가장 어렵고 잘 안되는 일 한 가지씩만 얘기해달라.
박원순 : 방금 나열한 것은 큰 이슈들이었다. 특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처음에는 한 1000명 정도, 두 번째는 2000명 정도 했는데, 특히 1차 때 제가 공무원 신분증을 직접 달아줬을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라. 수습이 안 되지 않나.(웃음) 본인과 가족들의 기쁨이 제 것 같았다. 또 청소 아주머니들 정규직으로 해드리면서 (정년을) 65세까지, 급여도 130만 원 까지 올렸다. 성남시 등 다른 지자체로 확대되고 있다. 이것이 사회의 큰 아젠다로 떠오른 게 기쁘다. 아쉬운 점은 뉴타운, 그리고 100층짜리 건물 짓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신기루 같은 어마어마한 일들인데, 지금 주민들은 5년째, 6년째 재산권을 행사도 못하고 있다. 빨리 풀고 싶은데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많다. 아쉽고 죄송하고 저로서도 힘든 일이고 그렇다.
박인규 : 최근 김영호 전 유한대 총장과 인터뷰를 했는데, 서울시 자문회의를 갔다 온 얘기를 하면서 박 시장이 일자리 창출 문제로 고민이 많은 것 같다고 하더라.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박원순 : 보통 정치인들이나 시장들이 일자리를 얼마 창출하겠다, 얘기 많이 하지 않나. 서울시 공무원들에게는 일체 그런 형식적인 숫자에 연연하지 말라고 했다. '창출 했다'고 숫자를 내 놓았는데, 1년 만에 없어질 일자리라면 무슨 소용인가. 정말 좋은 일자리를 제대로 만드는 게 좋은 거다. 제대로 하자고 해서 작년에도 노력을 했는데 충분치는 않았다. 올해부터는 제대로 해보려고 한다. 서울시에서 정말 일 잘하는 분들을 일자리 정책관으로 모셨다. 상반기에는 '뉴딜 정책'처럼 획기적인 것을 해보려고 생각중이다. '세상을 바꾸는 1000개의 직업'이라는 책을 썼는데, 한 달만 있으면 또 다른 1000개의 직업을 만들 것이다.(웃음) 농담처럼 들리지만 발상의 전환을 하면 보이는 게 많다. 금년에 서울시가 6조 원을 복지에 쓴다. 예산 낭비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회적 일자리를 어마어마하게 낳는다. 분절적인 정책에서, 앞으로 생태계를 만들고 (정책들이) 연속되도록 해서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만들려고 고민하고 있다.
"지하철 기관사 자살, 굉장히 큰 책임감…이번에는 바뀌어야 한다"
박인규 : 복지 문제, 중요하다. 서울시 복지예산이 6조 원이라고 했는데, 박 시장이 생각하는 서울 시민에 대한 복지, 어디까지 가능할까?
박원순 : 6조, 그러면 굉장히 큰 돈 같잖아요. 그런데 저는 돈 때문에 가위 눌린다. 원하는 곳은 너무 많고 다 해결해야하는데 모자란 곳이 많다. 제가 완전 '돈독'이 올랐다. 세계대전 후에 영국에서 '비버리지 보고서'가 나왔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이 누려야할 최소한의 복지에 대한 선언이다. 이미 1940년대에 했던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 그런 게 없다. 우선 서울시부터 해보자고 생각해서 소득, 돌봄, 교육, 의료, 주거 다섯 개 분야에 걸쳐서 서울시민 복지 기준선을 만들었다. 서울시민이라면 이 정도는 최소한 누려야 한다. 그런데 예산이 많이 들어서 한꺼번에는 못 하고, 금년부터 조금씩 발표하려고 한다. 이미 장애인 관련 대책, 어르신 공공의료 정책, 기초 면역 관련 백신 무료화 등을 했다. 과거에는 예산 심의할 때 시장이 안 들어갔다고 하더라. 그런데 저는 제가 주재해서 4~5번 들어갔다. 그에 앞서 돈 없이도 잘하는 것, 그게 '사회 혁신'이다. 이번에 시행하는 서울시 야간 버스, 8개 노선인데 한 노선에 5~6대만 투입하면 된다. 버스 운전기사 분들만 몇 분 채용하면 된다. 제가 계속 강조하는 게 아이디어를 막 짜서 돈 별로 안들이고도 시민들을 행복하게 하자는 것이다.
박인규 : 서울시가 지방 정부에서는 제일 사정이 좋다고 하지만, 재정 문제가 걸린다. 지방 정부의 한계나 어려움이 없나.
박원순 : 너무 많다. 대통령 당선인 따로 뵙고 서울시 애로를 말씀드리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재정 측면에서 보더라도 서울시는 채무가 20조다. 하루밤 자고 나면 21억 원 이자가 나온다. 이렇게 악화돼 있다. 지금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일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8대 2 비중이다. 그런데 예산은 4대 6이다. 이 불균형을 깨야 한다. 지방정부는 정말 목이 조여 있다. 중앙정부가 성공하는 길이 뭐냐. 현장에 가까운 지방 정부에 권한과 예산을 많이 줘서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늘려주면 훨씬 성공적인 중앙정부가 될 수 있다. 중앙정부가 잘 되는 길이 바로 그것이다.
박인규 : 박근혜 당선자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한 가지 구체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기관사 한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프레시안>에서도 심층 기획을 했다. '1인 승무제'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시민들의 발이고, 안전과 연관된 것이다. 어떻게 보시나?
박원순 : 굉장히 큰 책임감 느낀다. 지난해 이재민 기관사가 공황장애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돌아가셨다. 빈소도 갔다 왔다. 기관사 뿐 아니라 서울시에 감정노동 하는 분들이 많다. 제가 덴마크에 갔었는데, 이런 시스템이 있더라. 한 사람이 취직을 하면 최적의 근무 조건과 관련해 컨설팅을 하더라. 이를테면 컴퓨터와 거리라든지 의자의 높이 등도 다 종합적으로 컨설팅을 한다. 서울시에서도 해보자고 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행복해야 시민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지 않나. 여러 곳에 최적근무환경연구소를 만들었다. 한림대학교 연구소에 맡겨서 전반적으로 분석을 해보니, 당장 치료받아야 할 서울시공무원들도 상당수 있더라. 여러 제도적 장치를 했는데, 특히 5, 6, 7, 8호선, 이번이 (기관사 자살) 두 번째 사고다. 제가 이번에는 도시철도공사 사장을 불렀다. 사장이 임기가 있기 때문에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고를 했다. 제가 굉장히 순해보이시죠? 화낼 때 보면 무서워요.(웃음) 아마 이번에는 바뀌어야 하고, 바뀌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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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정부가 성공하는 길이 뭐냐. 현장에 가까운 지방 정부에 권한과 예산을 많이 줘서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늘려주면 훨씬 성공적인 중앙정부가 될 수 있다. 중앙정부가 잘 되는 길이 바로 그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
"아무 것도 안 한 시장이 되고 싶다"
박인규 : 보편적인 질문을 해보겠다. 서울시장을 맡으면서 '제가 시장을 하면 서울시를 이런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머릿속 청사진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박 시장이 생각하는 서울의 미래, 어떻게 꿈꾸고 있나. 이를테면 오세훈 전 시장은 '디자인 서울'을 캐치프레이즈로 했었다.
박원순 : 사실 저는 백두대간 걷다가 갑자기 보궐선거에 나왔다. 보통 정기적인 선거였다면 몇 달동안 인수위 과정이 있는데 당선되고 그 다음날 출근했다. 뭘 구상하고 할 시간은 없었다. 일부러 시장을 하려고 오래 준비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세월동안 전 세계를 다니면서 도시의 미래에 관한 생각들을 참 많이 했다. 도시의 미래라는 게 특별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진 보편적 미래가 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시청 공무원들에게 강의를 했는데, 강의 중에 나온 10개의 미래의 모습, 서울시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더라. 나는 '아무 것도 안 한 시장'이 되고 싶다. 서울시라는 광범위한 현안들 중에서 하나에 올인하면 하나는 성공시키겠죠. 그런데 나머지가 엉망이 될 수 있다. 시스템과 인프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나. 그래서 시민들의 집단 지성을 잘 모아내 채널을 만들어 서울시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러면 저절로 발전한다. 저에게 트위터 등으로 멘션을 보내면 서울시 공무원들이 다 본다. 그리고 답한다. 세계적으로 없는 시스템이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시민들을 위해 움직이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박인규 : '아무 것도 안 한 시장'이 되겠다고 했는데, 그래도 지금부터 서울시장으로 역점을 두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한 가지만 얘기해달라.
박원순 : 말씀 드렸듯 모든 것을 제대로 하고 싶다. 이 복잡하고 다양한 서울시정과 관련해 한 곳에 집중하면 시장 입장에서는 효과가 딱 나니까 좋다. 시민들에게 인상을 준다. 그러면 다음 선거에 도움이 된다. 나는 그런 것을 안해도 되니 모든 것을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서울시를 복지 도시, 그리고 삶의 질이 확보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협동조합 활성화라든지, 사회경제적 도시, 공정무역의 도시 등등을 선포했다. 지자체 최초로 인권위원회도 만들었다. 한편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품격 있는 도시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서울의 미래 인프라, 미래 산업을 만들어야 한다. 홍릉에 가면 70년대 경제를 이끈 브레인 집단이 있다. 지금은 노후화 됐짐나, 이 곳을 새로운 연구도시로 거듭나게 하려고 한다.
박인규 : 최근 <희망을 걷다>라는 책을 냈다.
박원순 : 백두대간을 걷다 보면 하루 쯤 산장에서 쉬게 된다. 쉴 때 여러 가지 메모를 하고, 생각을 정리해 썼다. 그것을 묶은 것이다.
박인규 : 저는 박원순 변호사, 시민운동가 박원순이, 재야에서 정파를 뛰어넘는 시민운동가로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출마를 했다. 출마를 위한 결심의 계기가 있었나?
박원순 : <희망을 걷다>라는 책을 보시면 된다.(웃음) <프레시안>에도 백두대간 걷기 프로그램이 있지 않나. 인생의 전환을 꿈꾸고 싶을 때, 저는 '백두 대간을 걸으십시오'라고 한다. 백두대간은 우리 민족의 길이다. 그 험난하고 그 기나긴 길을 걸으면서 자신의 각오를 슬라이드를 돌려보듯 보게 된다. 미래도 생각하게 된다. 새소리와 벌레 소리도 듣지만 또 시대의 소리, 역사의 소리를 듣게 된다. 제가 백두대간을 걷지 않고 서울에 있었으면 절대 서울시장 출마 안 했을 것이다.
"'신은 너무 높이, 황제는 너무 멀리' 격언 새겨야"
박인규 : 소통에 대해 여쭙고 싶다. 트위터 팔로어가 60만이 넘는다고 하고, 또 여러 모로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 소통을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박근혜 당선인도 그런 조짐이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박 시장이 생각하는 소통은 무엇이고, 또 어떻게 하면 소통을 잘 할 수 있는가.
박원순 : 인상적인 러시아 속담이 하나 있더라. '신은 너무 높이, 황제는 너무 멀리' 러시아 전제군주 시절,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 있는데 신은 너무 높이 있어서 우리 목소리를 못 듣고, 황제는 구중궁궐에 있어서 우리 소리를 못 듣는다는 것이다. 이른바 높은 자리로 가면 언로가 막히고 멀어지게 된다. 요즘처럼 문명이 발전한 상황 속에서도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도 글쎄요, 훨씬 더 실용적이고, 소통하는 정부를 만들 수 있었을텐데, 결국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본인이 무엇을 하는지, 잘하는지 못하는지 몰랐던 상태였지 않나. 이렇게 정부가 처참하게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 스스로 그렇게 되기를 원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잘하기를 원했는데도 그렇게 된 것은, 제가 말한 속담처럼 구중궁궐에 있기 때문이다. 저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있나. 저도 완벽하게 할 순 없지만, 이를테면 트위터라는 것은 누구라도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온갖 얘기를 다 듣죠. 저한테 원숭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웃음)
박인규 : 어떤 시스템 같은 게 있나?
박원순 : 서울시에는 '할말 있어요'라고 해서, 거기에서 10분 동안 말씀하시면 다 기록돼 담당 부서로 가고, 그게 영원히 기록된다. 또 정보소통센터가 있다. 서울시가 가진 모든 문서를 다 공개하고 있다. 우리한테 아무리 불리하고 잘못된 것이라고 해도 다 공개해라. 프라이버시 침해나 정책 형성 과정에서 투기를 유발한다거나 하는 것 빼고 다 공개해라. 저는 '쓴소리단'을 만들었다. '쓴소리단'은 저에게 찬양하는 소리 못한다. 소통의 여러 채널을 만들고 있다. <세종처럼> 이라는 책이 있다. 세종대왕이 많은 업적을 이룩했는데,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어전 회의를 운영하는 방식을 보면 된다. 옛날에 전제 군주 앞에서 누가 반대를 하나. 그런데 세종대왕의 회의에는 반대하는 사람이 자꾸 있다. 반대 하면 왜 반대할까. 반대자의 논리를 극복할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정책이 현실화되고 잘 되는 것이다. 감명을 받았는데,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세종처럼도 못한다면 문제가 많은 것 아닌가?
박인규 : 말씀을 듣다보니, 트위터에도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얘기들이 있는가보다.
박원순 : 많이 있어요. 저보고 종북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뭐예요?(웃음)
박인규 : 이제부터 서울시민들이 본격적으로 박원순 시장을 인터뷰하는 시간을 갖겠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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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과 진행한 '열린인터뷰' ⓒ프레시안(최형락) |
http://blog.ohmynews.com/sanhaejeong/18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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