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직원', 풀리지 않는 11가지 의문
민주당, 새누리당에 정보위 소집 요구...국정조사 필요성도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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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4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 |
ⓒ 연합뉴스 |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이 또다시 불거졌다. 31일,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가 지난해 누리집 '오늘의 유머(오유)'에 91건의 글을 직접 작성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작성 글 가운데에는 야당 대선 후보와 야당 국회의원을 비판한 글, 4대강 공사·제주해군기지 등 사회 쟁점에 대해 정부 측 입장을 옹호하는 글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경찰이 "김씨가 쓴 글은 대선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설명한 것과는 정면 배치되는 정황이다. 또, "김씨가 게시판에 직접 글을 쓴 적이 없다"던 국정원의 해명과도 맞지 않다. 국정원은 91건의 글에 대해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 IP로 작성된 글이 출몰하는 '오유'에서 북한 선전선동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즉시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하며 제대로 된 경찰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필요하면 국정조사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정보위원회 소집을 요구하고 있으나 새누리당이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 정보위 간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원의 직접적인 해명이 요구되는 11가지 쟁점을 발표하며 정보위 개최를 압박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에 관한 11가지 의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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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자료사진) | |
ⓒ 유성호 |
정 의원이 정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오유'에 어떤 대북 심리전이 필요했고 어떤 대북 첩보와 정보가 있었느냐다. 김씨는 국정원 제3차장 산하 심리전단팀 소속이다. 해당 팀은 대북 심리전과 대북 첩보 정보를 수집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오유'에 어떤 대북첩보가 있었기에 김씨가 투입됐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오유' 외에 몇 개의 사이트를 감시·관리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실제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의 사이버 대남심리전 공세가 강화됨에 따라 인터넷상의 종북 활동을 추적, 대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다른 사이트 역시 '오유'와 같은 방식으로 관리해왔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셋째는 이 같은 사이트 감시에 몇 명의 직원이 투입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요구된다. 정 의원은 "오늘의 유머와 같은 수많은 사이트를 감시했다면 도대체 몇 명의 국정원 직원이 이런 업무에 투입됐는지 밝혀야 한다"며 "항간에 떠도는 70명 안팎의 요원이 투입됐다는 설에 대해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넷째는 국정원 김씨의 '업무활동 시간'과 관련돼 있다. 김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20분까지 글을 작성하고 '오유' 게시글에 찬반을 눌렀는데 이것이 대북 첩보활동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김씨의 '업무 행적'에 관련된 것이다. 정 의원은 "김씨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활동한 흔적이 없다고 하는데, 오전 11시에 출근해 오후 2시 퇴근 후 재택근무를 한 것 아니냐는 야당의 주장에 왜 (국정원이) 답변을 안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여섯째는 업무시간에 댓글 남기기가 국정원법 어디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궁금점이다. 정 의원은 "김씨는 일요일과 공휴일은 활동하지 않는 등 정상적인 근무 시간에만 활동을 했다는 것으로 월급 받는 국정원 직원의 정상적인 업무라고 봐야 한다"며 "이런 업무가 국정원 법 몇 조, 몇 항에 해당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국정원장은 몰랐을 듯, 어떤 세력의 지시로 추진됐나"
일곱 번째는 '누구의 기획으로 불법적인 업무가 추진됐는지'다. 정 의원은 "최 아무개 팀장이 직원에게 업무 지시한 내용을 알고 있다"며 "최 아무개 팀장이 기획했고 집행했는지 국정원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덟 번째는 '댓글 단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경찰의 발표에 대한 것이다. 정 의원은 "대선 TV 토론 직후 비상적으로 이루어진 경찰의 졸속 수사 발표는 명백한 허위 사실 유포"라며 "경찰 발표는 누가 봐도 명백한 선거 개입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아홉 번째는 민주당이 김씨 오피스텔을 덮쳤을 때 국정원이 김씨의 가족을 대동한 것이 온정주의에 기대려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국정원 요원은 신분이 노출되면 안 되는데, 수많은 언론사 기자와 카메라가 돌아가는 와중에 국정원이 가족을 대동하고 현장에 나타난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열 번째는 경찰 수사에 대한 압박 및 공작 유무다. 정 의원은 "수서 경찰서 수사과장은 의욕적으로 사건을 파헤치려고 하는데 이 사건을 윗선의 지시로 덮으려 한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고 밝혔다.
열한 번째는, 이 사건에 대해 국정원장이 인지했는지 여부다. 정 의원은 "이 사건에 대해 국정원장에 보고했다면 못하게 했을 것이라는 나름의 추측이 든다"며 "만일 국정원장 모르게 이 일이 추진되었다면, 과연 어떤 세력에 의해 무슨 의도에서 추진됐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정보위 개최를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은 대선 개입 의혹으로 정보위를 열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국정원 댓글 사건 사실이 드러나는 마당에 새누리당이 정보위 소집에 응하지 않으면 '뭔가 켕기는 것이냐'는 국민적 의혹을 받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하루 빨리 국회 정보위를 소집해 국정원의 해명을 들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라도 해야 될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총공격 태세 돌입 "중대 범죄...어디까지 책임 물어야 할지 살이 떨릴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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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 인터넷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역삼동 한 오피스텔에서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이 "문을 열어 달라"며 협조를 요청하고 있으나, 안에 있는 국정원 여직원이 문을 잠근 채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 |
ⓒ 권우성 |
이 같은 의문점 해소를 위해 민주당은 총공격 태세에 돌입했다.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가 "좌시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은 가운데 대변인들도 세 차례나 관련 브리핑을 내놓으며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고위정책회의에서 "국정원 심리단의 주요 업무와 규모를 밝히고 그간 알려진 70여 명의 업무내용도 모두 밝혀져야 한다"며 "민주당이 주장해온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이상 이 사건은 엄중한 국기문란사건으로 결코 좌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은 이를 조직적으로 지시했거나 불법사실을 알면서 이를 방조 비호해 온 것"이라며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이고 엄중한 국기문란사건으로 어디까지 그 책임을 물어야 할지 살이 떨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대선개입, 불법정치공작을 수행한 것으로 확인된 국정원에 대한 책임추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아이디로 검색만 해봐도 알 수 있는데도 '대선 관련 활동이 없다'고 한 경찰의 범죄행위 비호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관련보도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국정원의 불법정치공작 의혹에 대해 덮어놓고 비호에 나섰던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선인도 그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진보당도 가세했다. 민병렬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정원이 대선 여론조작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어마어마한 범죄행위의 단면이 드러난 것"이라며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이토록 뚜렷해진 마당에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피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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