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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칠푼이, YS의 선견지명"

by 복지국가 대한민국 2012. 12. 18.

"박근혜=칠푼이, YS의 선견지명"

http://youtu.be/2AJBNaNYFgM

무림의 양대 고수 '준비된 여성 검객 朴'과 '사람이 먼저인 검객 文'이 16일 밤 청와대를 놓고 마지막 승부를 겨뤘다. 그러나 이들의 내공과 무술 실력은 중요하지 않았다. 승부를 판가름할 판정단의 마음속에는 이미 심사가 끝난 뒤였기 때문.

서해성 작가는 12.19 대통령 선거를 "토론 빈곤 대통령 선거"라고 규정했다. 서 작가는 대선을 이틀 앞두고 진행된 대선후보 3차 TV 토론에 대해 "사실상 표심이 결정된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라며 "토론이 빈곤한 대선에서는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이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박근혜 후보가) 여태까지 토론을 기피했던 이유가 뭔지를 국민들이 다 알게 되지 않았을까"라며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압승이라기보다는 박근혜 후보의 자멸"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한 교수는 문재인 후보가 박 후보와의 세 차례 TV 토론을 하면서 참고, 또 참았을 것이라는 의미로 "문재인 후보(의 몸에) 사리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3차 TV 토론이 끝나고 밤 11시께 진행된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10회는 대한민국 최고의 직설가 '한홍구-서해성'과 함께 했다. 녹음 1시간을 훌쩍 넘겨서도 형님들의 폭풍 질주는 그칠 줄 몰랐다. 결국 두 아우 '이철희-서양호'는 유쾌·상쾌·통쾌한 형님들의 말에 웃다 지쳐 쓰러졌다. 이들의 웃음은 48시간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더욱 밝게 했다.





"'박근혜=칠푼이' 발언한 YS가 돋보여…"

"혼자 하는 토론도 긴장감 있게" 하는 박근혜 후보는 이날도 "TV토론에 나가면 시간이 없어서 늘 문제"인 사람들을 멘붕에 빠뜨렸다. 그리고 토론 중 남는 시간을 "그래서 제가 대통령이 되려는 것"이라는 말로 채웠다.

서해성 : 이게 바로 '준비된 토론이다'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런데 토론을 보며) 두려웠던 게 있다. 그 아버지께서 '한국적 민주주의'를 했다. '한국적 민주주의'가 '1인 민주주의'이다. 혼자만 잘사는 민주주의인데, 이 양반은 토론회를 하면 혼자 토론회를 해. 이게 바로 '한국적 토론회'야.

한홍구 : 오늘 그렇게 우물거린 것은 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때문이에요. 3인용으로 준비했는데 갑자기 (이정희 후보가 사퇴)하니까. 발언 시간이 1/3에서 1/2로 확 바뀐 거에요. 그래서 나머지를 채우려니까 "그래서 제가 대통령 나왔잖아요"라는 말로 밀고 나간 것이다.

특히 한홍구 교수는 지난 7월 11일 박근혜 후보에게 '칠푼이'라는 말을 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언을 떠올리며 "YS가 돋보이"는 토론회였다고 촌평했다. 김 전 대통령의 선견지명을 높이 산 것인데, 그만큼 박근혜 후보의 토론 실력이 낮았다는 뜻이다.

서해성 작가도 "언어에 대한 비중이 그 사람의 인식구도의 총아"라며 "정치인에게 말이란, 군대로 치면 총알·미사일·폭탄 전체를 다 합친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나 바닥을 드러낸 박근혜 후보의 토론 실력에도 불구하고, TV 토론은 지지율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홍구 : 야, (박근혜 후보를 '칠푼이'라고 한) YS가 돋보이더라고.(일동 박장대소)

서해성 : 박근혜 후보와 2시간 동안 토론하는 문재인 후보가 대견하더라.

한홍구 : 오늘 (문재인 후보) 사리 생겼어.

서해성 : '문재인 사리 생겼다'. 한홍구의 명언, '문재인의 가슴 속에 사리가 쌓이고 있다'.

이철희 : 그것도 세 번씩이나 했으니….

한홍구 : 아마, 문재인 후보가 이정희 후보가 그리웠을 거야.

서양호 : 트위터에 '다시보기 하고 싶은데 저거 보다가 내가 부처 될 것 같다'. TV 토론은 누가 잘했다를 떠나서, 누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겠구나를 확실히 보여줬다.

서해성 : TV 토론 세 번 했는데, 표에 영향을 안 준다는 게 제일 큰 문제이다. 표심을 이미 정한 뒤에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게 심각한 문제에요.

토론회는 무협지로 치면 '검객이 나와서 누가 장풍을 잘 날리는지, 누가 칼을 잘 쓰는지, 누가 암기를 쓰는지, 누가 도움을 받아서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무협지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주인공들이 싸우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볼 수 없고 표심의 상당 부분이 정해진 이후에 토론을 한다는 점에서 토론회에서 누가 이기더라도, 토론의 장점과 단점이 구분되더라도, 그런 것이 방어하거나 공격하는 논리로밖에 사용될 수 없다라는 것.

그래서 한국 토론은 토론이 사실상 부족하다. '토론 빈곤 대통령 선거'이다. 토론이 빈곤한 대선에서는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이 불가능하다. 합리적 의사결정이 안 되면, 지역감정, 냉전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이 선거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민주화' 안 됐으면, '박근혜' 선거에도 못 나와"


역사학자 한홍구와 역사학자보다 역사를 더 많이 인용하는 서해성 작가의 이야기는 시사평론계의 '서태지' 이철희 소장을 매료시켰다. 과거의 유령(박정희 전 대통령)과 싸우고 있는 대선인만큼 '대한민국 현대사'가 빠질 수 없었다.

이들은 특히 1901년부터 시작된 20세기 내내 우리는 '독재 정권'과 '군사 정권'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 탓에 '한국형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주장이다. '한국형 트라우마'는 '엄마가 된장찌개에 뭔가를 넣었어요'처럼 뜬금없는 말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서 진행된 '민간인 불법 사찰' 등을 볼때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현재형이다.

이에 한홍구 교수는 과거 감시와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한 게 '민주화'인데 "이명박 정권 들어 ('80년 민주화' 이전 보다) 더 심해졌다"고 비판했다.

"강연을 갔다가 쇼크를 받았는데, 어린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이 뭐냐고 물으면 '정규직'이라고 한다. 이게 말이 되나? 30년 전 그 어려웠던 시절에도 과학자, 운동선수 등의 꿈을 꿨었는데 오죽 부모가 덜덜덜 떨었으면 (아이들이) 그렇게 됐겠어요? 양극화 이렇게 심각하게 되고, 없는 집 자식들은 아무리 희망이 없다고 해도 그렇지, 꿈이 '정규직'이라는 것으로 떨어져 버리다니….

1980년 5월 27일 새벽에 광주 도청에서 총 들고 있었던 사람들이 미친 X들인 것이다. 우리가 잘못하면 그분들의 죽음이 X죽음 되는 것이다. 역사 공부 30년이 넘었지만, '역사라는 게 끊임없이 새로 쓰이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이번에 정말 느꼈다. 역사를 단지 책으로 배우고 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역사의 주인으로 역사를 만드는구나, 역사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져야 하는 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30년 전 도청에서 죽은 사람들이 이 모습 보려고 총 들었겠나.

우리가 민주화돼서 세상이 얼마큼 좋아졌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어리바리 있다 보니까 민주화돼서 제일 좋아진 게 삼성과 같은 재벌, 수구언론이다. 박근혜 후보 얼마나 좋아졌나. 옛날 독재시절이었으면, 선거가 없었으니까 나오지도 못하는 것이다."


 


▲ 앞줄은 형님 '한홍구-서해성', 뒷줄은 아우 '서양호-이철희' ⓒ김대현

"이정희, 적절한 시기에 아름답게 퇴장했다"

한편, 토론에 앞서 대선후보직을 사퇴한 이정희 후보에 대해 이들은 '아름다운 사퇴'라고 입을 모았다. 이철희 소장은 이 후보의 사퇴 기자회견문 전문을 읽으며 "고뇌가 묻어난다"라고 평가했다.

서해성 교수는 1,2차 토론회에서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물었던 것들은 "대부분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질문이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언론이 하지 않은 국민이 궁금해 하던 질문을 (박근혜 후보에게) 대신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민주당은 이 후보가 보인 '똑똑한 진보'의 모습을 배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홍구 교수는 "통합진보당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재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며 "적절한 시기에 아름답게 퇴장했다"고 전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10회 "박근혜=칠푼이, YS의 선견지명"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http://pressian.iblug.com/index.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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