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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겨레] 단일화는 ‘국민정당’ 창당으로! / 김의겸 칼럼니스트 입니다...

by 복지국가 대한민국 2012. 10. 16.

칼럼

[편집국에서] 단일화는 ‘국민정당’ 창당으로! / 김의겸

등록 : 2012.10.14 19:32 수정 : 2012.10.14 20:45

 

 

김의겸 정치·사회 에디터

 

 

우리 동네 문씨는 낡은 집(민주당) 한 채를 가지고 있다. 옆집 안씨는 집터는 넓은데, 텐트(무소속)를 치고 산다. 이웃들이 함께 살라고 하니, 문씨가 “텐트는 비 새고 바람 드니, 따뜻한 우리 집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안씨는 “더러워서 싫다. 차라리 텐트가 볕도 잘 들고 시원해서 좋다”며 코웃음을 친다. 뒤늦게 문씨가 집을 손보겠다(정치 개혁)고는 하는데, 연장통만 들여다볼 뿐이다. 안씨는 아예 24인용 대형 텐트(무소속 대통령)를 치겠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이 답답해하다가 한마디씩 한다. “집 허물고 텐트 치운 뒤, 널찍한 터에 2층짜리 양옥(새로운 정당)을 지어. 돈 없다고? 우리가 대줄게. 모델하우스는 필요 없어. 설계도만 보여줘.”

 

 

그렇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사회의 좌파부터 중도 우파까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광폭 정당, 국민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기존의 민주당 세력에 안철수가 상징하는 중도층을 합치고, 뿔뿔이 흩어져 있는 진보세력까지 묶어내는 새로운 수권 정당이다. 물론 대선 전에는 불가능하다. 그저 문재인과 안철수가 신당의 골격을 함께 제시하고, 그 당을 이끄는 데 자신이 적임이라며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게 둘의 지지 기반을 넓히면서도 단일화 때 누수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무슨 힘으로 장밋빛 약속들을 실현해내겠다는 건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답이기도 하다.

 

 

국민정당은 박근혜에 맞서기 위한 일회용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이데올로기 질서를 뒤집고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치 도구다. 1987년에도 기회가 있었으나 분열로 놓쳐버렸다. 25년 만에 어렵게 찾아온 기회다. 해방 이후 우리의 정치 지형도는 ‘기울어진 축구장’이었다. 보수 쪽은 높고, 진보 쪽은 낮았다. 한때 김대중, 노무현이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가 출현해 연속 두 골을 넣는 기적을 이루기도 했으나, 축구장이 평평해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재인과 안철수가 단일화를 이루고, 그 힘으로 국민정당을 만들어내면, 지역·계층·세대의 세 가지 영역에서 새로운 주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축구장이 수평을 넘어, 오히려 진보 쪽이 높아지는 것이다.

 

 

지역적으로는, 87년 양김 분열과 90년 3당 합당으로 굳어진 영남 패권이 해체되는 것이다. 문재인, 안철수 둘 다 부산의 양대 명문고 출신이다. 둘의 합작 정권은 상고 출신의 비주류 노무현 때와는 차이를 보일 것이다. 계층적으로 보면, 해방 이후 중도층이 항상 보수 쪽에 포섭돼왔던 역사의 흐름이 바뀌는 것이다. 안철수로 대표되는 합리적 시민세력과 전문가 그룹이 진보 쪽과 손잡고 정권을 만들고 정당으로 결합하는 것이다. 이는 김대중-김종필, 노무현-정몽준의 일시적이고 불안했던 동거와 달리 안정적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동맹이다. 세대로 봐도 20대부터 50대 중반까지가 하나로 뭉치게 된다.

 

 

이렇듯 광범위한 세력 기반이 만들어지면 ‘국민정당’의 정부는 복지사회 실현이나 냉전구도 탈피 등의 장기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루스벨트가 1932년 뉴딜 동맹을 구성함으로써, 68년 닉슨 전까지 30여년 동안 ‘진보의 시대’를 열었다. 스웨덴도 사민당이 농민을 끌어들여 복지 동맹을 만든 이후 1932년부터 76년까지 40여년 장기집권에 성공하며 ‘황금시대’를 만들어냈다. 당장 두 사람도 단일화를 이뤄내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모든 여론조사의 전망이다. 후보를 양보하는 쪽도 앞으로 5년 동안 총리든 당 대표든 절대적 권력을 누리며 차차기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거다. 둘의 선택이 30년을 좌우한다.

 

김의겸 정치·사회 에디터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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