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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재인-안철수 '공동정부' 성사될 수 없는 이유

by 복지국가 대한민국 2012. 5. 15.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을 향해 구체적 연대방안을 제시했다.함께 손잡고 정권교체를 이룬 뒤 연합 공동정부를 구성하자는 게 골자다.

문 고문이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이 제안은 그럴듯 하다. 대선 승리를 위해 유력한 야권주자들이 손을 잡아야 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문 고문이나 안 원장 모두 미래가 불확실한 만큼 서로 ‘보험’에 가입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경선에 나설 손학규 전 대표, 김두관 경남지사 등 당내 다른 후보들이 문 고문의 구상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당내 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를 띄우려는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구상을 드러낸 시점이 너무 이른 측면도 있다. 민주통합당이나 안 원장 모두 아직 대선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지도 않은 마당에 공동정부 얘기부터 꺼낼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안 원장측에서도 그런 제안에 반응을 보일 상황이 아니다.

문 고문의 아이디어는 전향적이긴 하지만 다분히 아마추어답다. 기본적으로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으려면 시간이 남아있고, 향후 몇개월 동안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경선 이후에도 안 원장 지지율이 크게 앞선다면 민주통합당은 안 원장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공동정부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반대로 민주통합당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높아진다면 정치적 기반이 없는 안 원장은 종속변수로 전락할 수도 있다.

문 고문이 안 원장을 향해 내민 공동정부 제안이 1997년 ‘DJP연합’ 사례에 비유되고 있지만 이는 전제부터 잘못됐다.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 총재의 DJP연합은 DJ와 JP가 정치적으로 대등했고, 서로 넘볼 수 없는 카드를 쥐고 있었기에 성사될 수 있엇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JP의 자민련은 50석을 확보하며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우뚝 섰다. 당시 집권여당인 신한국당은 139석, DJ의 국민회의는 79석을 얻었다.

DJ는 호남, JP는 충청권의 맹주였기에 지역적 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JP는 보수층 표를 모으는 데에도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현재 문 고문은 정당조직을 토대로 하고 있고, 안 원장은 여론조사 지지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지율이라는 것은 믿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음은 과거의 사례가 증명한다. 1997년 한나라당 경선 전 여론조사 1위는 박찬종 후보였다. 2007년 여론조사에서 맨 앞자리에는 고건 전 총리가 있었다.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그에 대한 검증이 시작되면 어떤 돌출변수가 나타날지 알 수 없다. 여야의 경선이 달아오르면 당내 후보들의 지지율도 떠오른다.

더 중요한 것은 공동정부라는 허상이다. 문 고문은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나누는 이원집정제와 유사한 국정운영 방식을 시사했다.

그러나 헌법으로 보장되지 않는 공동정부는 총리를 포함해 장관 자리 몇개 나눠 갖는 쇼에 그칠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누구도 극복하지 못한 권력의 속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DJP 공조체제가 2001년 9월에 깨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김대중 정부와 국민회의는 정권을 잡은 뒤 파트너인 자민련을 이리저리 따돌렸고, DJP연합의 고리였던 내각제 개헌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누가 하든 공동정부 구상은 몽상이다.

시사어퍼컷=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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