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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올 김용옥 "안철수 현상은 고난에 빠진 민중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 내는 처절한 소리<한계례펌>

by 복지국가 대한민국 2012. 8. 21.

기사펌위치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47892.html

 

‘사랑하지 말자’ 펴낸 도올 김용옥

정치인 박근혜 위상 90% 이상
아버지 박정희 딸이라서 형성

‘박 대세론’ 허무는게 대선 본질
야권주자들 자기 버려야 승산

청년은 취직만 걱정하지 말고
사회적 공헌·조직화 고민해야

 

“대선이 있는 올해는 우리 민족사에서 가장 엄중한 위기 상황입니다. 대선 결과에 따라 민족사에 비약과 비극이 엇갈릴 수 있습니다.”

<중용> <맹자> 등 중국 고전 번역에 진력해온 철학자 도올 김용옥(64) 한신대 석좌교수가 작심하고 현 시국에 대한 쓴소리를 책으로 쏟아냈다. 20일 서울 동숭동 통나무출판사 사옥에서 인터뷰에 응한 그는 기자에게 막 나온 새 책 <사랑하지 말자>(통나무 펴냄)를 건네주면서 “2012년 우리 상황은 철학적 과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역사 전체를 볼 줄 아는 이라면 단군 이래로 2012년 이 시점까지 어떻게 국면이 전개되어 왔는지를 총체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지금 이 국면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고 말고를 떠나 역사적 현안에 대해 철학자들이 얘기해야 합니다.”

<사랑하지 말자>는 ‘청춘’, ‘역사’, ‘조국’, ‘대선’, ‘우주’, ‘천지’, ‘종교’, ‘사랑’, ‘음식’ 등 모두 아홉개 장으로 이뤄진 역사철학적 에세이다. 배움을 구하는 젊은 ‘학동’과의 문답으로 이뤄진 이 책에서 김 교수는 올 연말 대선 등 시국을 진단하는가 하면, 서구적 가치에 편향된 현 정부의 실정과 대기업의 무분별한 영역 확장 등을 질타한다. 무력한 청춘세대에 도전과 저항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담았다. “긴박한 우리 역사가 내게 강요해서 짜낸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김 교수는 책 4장 ‘대선’에 언급된 ‘박근혜 대세론’을 먼저 화두로 꺼냈다. 그는 올해 대선은 이미 (잠재적) 승자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로 정해졌다고 단정한 뒤, “총선에서 여당이 야당보다 많은 의석을 얻어 심판이 대선으로 미뤄진 만큼 박 후보는 이명박 정권의 모든 죄악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박근혜 대세론을 어떻게 무너뜨리느냐가 대선의 본질”이라고 짚었다.

“정치인 박근혜의 위상은 90% 이상이 아버지 박정희의 딸이라서 형성된 겁니다. 문제는 막강한 위세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 민족의 역사적 정의와 국민 복지에 꼭 필요한 정치행위를 안 했다는 것입니다. 선거 때 웃음으로 표 얻는 것 말고는 정치행위라고 할 만한 게 없잖아요. 박 후보는 아버지를 자기정체성에서 철저히 분리시키고 독자적 인간으로서 정치행위를 해야 합니다.”

야권 유력후보들에겐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인류사에서 유례없는 기현상”으로 표현한 안철수 현상을 두고 “고난에 빠진 민중이 어찌 해볼 도리가 없어 내는 처절한 소리”라고 설명했다. “박근혜를 승자로 만드는 게임에서 이기는 건 반대 진영 사람들이 무아(無我)로써 자기를 어떻게 버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합치는 게 유리하냐를 따져보고 그 방향으로 진력해야 합니다. 게임에서 지면 일본처럼 국민 정치의식이 체념화할 수 있어요.”

 

그는 “‘사랑하지 말자’란 책 제목은 ‘사랑’이란 말로 압축되는 서구적 가치를 생성과 변화의 동양사상 바탕 위에서 총체적으로 거부한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책에도 나오지만, 서구에서 온 사랑 개념들이 우리 사회에선 인류 사랑부터 육욕까지 혼란스럽게 뒤엉켜 있습니다. 사랑이란 말은 개화기 기독교와 함께 들어와 한국인의 심령을 갉아먹기 시작한 이질적인 말입니다.”

 

김 교수는 “책 제목은 이명박 정부의 온갖 실정과도 연관된다”고 말했다. 현 정권이 서구적 가치 중에서도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것들만 골라서 극대화시켰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사라질 싸구려 기독교 논리로 반공을 내세우고, 부자들 살려주고 교회 잘 나오는 장로들 돈 잘 벌게 해주고, 대기업들이 생산·유통까지 장악해 농촌을 파괴하고, 젊은이들 꿈을 잃게 하고, 남북 대립으로 남한을 섬나라로 만든 것 등이 그런 겁니다. 효율성만 내세우는 그런 말기 행태의 끝에 이 책이 나온 거지요.”

 

그는 “청년들이 민족의 역사적 청춘을 회복시켜야 한다”며 “취직만 걱정하지 말고 사회적 공헌과 조직화를 고민하라”고 호소했다. 진영논리 아닌 역사적 통찰로 시국에 대해 할 말을 풀어냈다는 김 교수는 “연말까지 노자 경전 번역에 전념할 것”이라고 했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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