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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이자 ‘벗’이기도 했던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이 지난 2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고인의 장례는 3일장으로 치러졌고, 유해는 4일 고인 소유의 충주 시그너스CC ..

by 복지국가 대한민국 2012. 11. 28.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이자 ‘벗’이기도 했던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이 지난 2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고인의 장례는 3일장으로 치러졌고, 유해는 4일 고인 소유의 충주 시그너스CC 양지녘에 묻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이자 ‘벗’이기도 했던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이 지난 2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고인의 장례는 3일장으로 치러졌고, 유해는 4일 고인 소유의 충주 시그너스CC 양지녘에 묻혔다.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 출신 인사 등이 대거 장지까지 따라가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고인과 노 전 대통령과의 각별했던 친분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해 보인다.


그런데 이번 강 전 회장의 마지막 가는 길은 좀 ‘특별’했던 것 같다. 강 전 회장은 기업인이라고는 하나 손에 꼽히는 대기업 오너도 아니요, 또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나 국회의장 등 고관대작을 지낸 사람도 아니다. 고인은 그저 노 전 대통령의 ‘벗’이자 여러 후원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과 노사모 진영에서는 마치 그를 ‘제2의 노무현’에 버금갈 정도로 따뜻하고도 충심의 예우를 했다.

 

비단 ‘친노’만이 아니었다. 트위터 등 SNS에서는 물론 노무현재단 페이스북과 다음 아고라에 마련된 온라인 추모 서명란에는 수천 명이 찾아와 헌화와 함께 추모글을 남겼다. 그것도 그저 형식적인 글귀가 아니라 추모의 마음이 듬뿍 담긴 내용들이었다. 영결식 당일(4일) <경향신문>에는 ‘깨어있는 시민들 및 단체들’이란 명의로 전면 추모광고가 실리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아무리 인기가 있었다고 쳐도 그의 후원자의 죽음에 대해 이런 경우는 얼른 납득하기 어렵다. 전직 대통령 친구의 죽음에 대해 이런 경우는 아마 전무후무하지 싶다. 근자에 보기 드문 감동적인 애도 물결이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강 전 회장의 죽음에 대해 이런 애도물결을 이끌었을까? <경향신문>에 실린 추모광고 카피에 바로 그 답이 있다. ‘신의’와 ‘의리’가 그것이다. 카피 첫 대목은 이렇게 시작한다.

 

“한 사나이가 있었습니다. 신의가 무엇인지 아는 사나이가 있었습니다. 정의가 무엇인지 아는 사나이가 있었습니다. 신의가 버려져 길바닥에 나뒹굴고 정의가 쓰레기통 속에 처박혀도 묵묵히 이를 지켜온 사나이가 있었습니다. 강금원.그의 이름은 강금원이지만 우리는 그를 의리로 기억합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8년 노 전 대통령이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 강 전 회장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후원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강 전 회장은 “생각이 바른 정치인이 성공하길 바란다. 나는 정치하는 사람한테 눈곱만큼도 신세질 일이 없는 사람이다”라며 아예 내놓고서 노 전 대통령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한국적 상황에서 기업인이 특정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후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전북 부안 출신의 강 전 회장은 ‘경상도 사람’인 노 전 대통령이 전라도 당인 민주당에 남아서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고군분투하는 걸 보고 마음의 빚 같은 것을 느꼈고, 그래서 ‘전라도 사람’인 자신이 그 의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았다고 한다. 비록 ‘무조건 후원’이었음에도 그는 노무현을 돕는다는 이유로 감옥신세를 지기도 했지만 ‘벗’을 원망하는 법도 없었다.

 

그리고 그 후원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에도 변함없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검찰수사를 받고 있을 무렵에는 측근들조차도 가까이하길 부담스러워 했다. (물론 노 전 대통령도 자신과 거리를 두라고 했지만.) 그러나 그때도 강 전 회장은 매주 한 차례씩 봉하마을을 찾았다. 오죽했으면 노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강 전 회장을 추억하며 쓴 글에서 자신을 ‘면목없는 사람’이라고 했겠는가.

 

배신을 밥 먹듯 하고 신의를 마치 헌 고무신짝 버리듯 하는 요즘 세태에 강 전 회장은 신의와 의리의 소중함을 몸소 일깨워주었다고 하겠다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대 잘 계시나요?"봉하들판에 나타난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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